[시 심사평]
최미숙 교수(국어교육과)
인터넷에 읽을거리,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시를 쓰고 읽는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멀리하고, 만나서 나누는 대화조차 꺼려하는 이 유례 없는 코로나 시대에 시 쓰기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항상 그러했듯 우리가 시를 쓰고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내면 나아가 세계 속에 내던져진 자신과 가장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새삼스러움을 올해 응모작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올해 응모작들은 크고 무거운 주제보다 우리들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삶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년 응모작들은 코로나가 가져온 우리 삶의 급격한 변화에 집중하는 시적 경향을 보여주었는데, 올해는 우리의 일상적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응시하는 작품 경향을 보여주었다. 시적 경향은 다양해졌으나, 심사 과정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시적 발상은 좋았으나 시상의 전개나 마무리 측면에서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적 발상만큼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 앞으로 멋진 시 창작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
올해는 가작과 입선만을 선정했다. 두 작품 모두 일상 삶에서 느끼는 진솔한 서정을 담고 있다. 문득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시로 녹여 낸 작품들이다. 가작으로 「주인공」을 선정했다. “뻔한 시들”, “뻔한 소설들”, “똑같은 사랑 노래들”도 “내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 그것은 어느 것 하나 뻔하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뻔한” 것들이 나의 것이 되는 순간 그것은 “나만의” 특별한 것이 되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그 뻔한 시, 소설, 사랑 노래와 지속적으로 함께 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입선작 「편의점」을 읽노라면, 어두운 밤에도 불을 켜고 항상 우리를 반겨주는 동네 편의점이 떠오른다. 시의 화자에게 편의점은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이다. 고된 일을 마치고 저녁에 “술 한 병”을 사가고, “다시 와서 술과 안주”를 사가고, “다음 날 아침 / 박카스 한 병을 사가는” 그 “손님”은 바로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덤덤한 듯 편의점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손님”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