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30 호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 트렌드를 하나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Chat GPT가 촉발한 생성형 AI를 언급할 것이다. Chat 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미드저니 등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업무, 검색, 창작 방식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거대 AI, 생성형 AI 기술이 의료, 교통, 금융, 노동, 제조, 행정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사람들은 첨단 기술이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고 AI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일자리 없는 미래 상황을 염려하기도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주류 플랫폼 중심의 인공지능 생태계에 대해 소수의 독점화와 폐쇄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점점 더 디지털 환경과 비인간 콘텐츠들로 확장되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고민들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급격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공지능의 영향력은 국경을 초월하며, 따라서 국제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 AI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모든 국가가 이를 통해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AI가 편향된 정보를 학습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키고 차별, 불평등, 정보 격차, 배제, 문화•사회•생물학적 다양성 위협, 사회경제적 격차 심화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UN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가 AI 관련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 전체에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표준을 수립하고, 공유 가치를 확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는 2021년 인공지능 분야에서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합의된 전 지구적 차원의 체계인 '인공지능(AI) 윤리 권고'를 채택한 바 있으며, OECD는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이 교육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각국의 동향을 파악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디지털 교육 개관(Digital Education Outlook)」을 발간해 오고 있다.
지난 3월12일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는 주한 미국, 호주, 싱가포르 대사관과 한국 외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AI Ethics, Governance, and Innovation” 주제의 심포지움이 개최되었다. 연사로 참여한 AI 선도 국가들(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폴, 한국)의 AI 전문가들은 디지털 변환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권을 증진하고, 교육, 문화, 노동, 의료 및 경제 등 주요 분야에서 형평성과 포용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담론을 나누었다. 또한 글로벌 AI 지수(The Global AI Index) 세계 6,7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게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 면에 있어 기술 혁신 이상의 강한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었다. 필자 역시 참석자 중 한 명으로서 각국 전문가들의 고민과 비전에 대해 경청하고 논의되었던 주요 가치들을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공유하였다.
눈부시게 발전하며 급속히 우리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 기술적 진보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모든 인류에게 이익이 되도록 한국과 세계의 모든 AI 행위자들이 협력할 때이다.
조순정 교수(글로벌지역학부/영어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