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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728 호 [기자석] 잘했는지 모르겠네

  • 작성일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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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391
김상범

[기자석] 잘했는지 모르겠네


  학보사에 들어온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중에서도 편집장으로 활동한 지난 한 학기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학보사에서 활동할 적이면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자라온 “기자”라는 꿈이 정말로 실현되는 듯한 환상을 꿈꾸게 했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학교의 목소리’라는 역할에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대학 생활의 절반을 학보사와 함께 보냈음에도 아직 글에서조차 묻어나는 부족한 점들은 나를 옭아매는 족쇄 같다. 


  내가 편집장을 맡게 된 것은 정말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현재 모든 대학 언론이 인력난을 겪고 있듯이 우리 학보사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고, 그저 열정과 욕망으로 뭉친 나는 자만심을 근거로 번쩍 손을 들었다. 그렇게 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편집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 우리 학보사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


  미디어콘텐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대학 신문의 대상 독자인 20~30대 연령층의 학생들에게는 엄숙한 주제에 딱딱한 문체를 담는 기사의 형식으로 큰 반응을 불러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타 학보사에서는 뉴미디어부를 창설하거나 학보사만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공모하는 등의 선택 효과를 노리고는 한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앞두고 있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그렇게 변혁으로부터 도망치게 되었다. 대신 나는 나만의 대학 언론의 불씨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신문은 막론하고, 우리가 글을 읽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나의 불씨는 그곳에서 시작했다. 나는 학생들이 글을 읽으려면 먼저 재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능의 선택과목을 고르듯이, 입시 때의 전공을 고르듯이. 각자만의 흥미에서 특정한 행동이 비롯된다. 매일 뉴스를 읽고 청년들의 호응을 이끌 만한 주제를 정리하고, 학생 기자들의 기사 아이템을 검토했다. 그 끝에는 즉석식품 같은 기사가 탄생하기 마련이었다. 몇 개의 기사를 검수할 때면 웃음이 났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며 행복을 느끼는 것이 글에서 묻어났다. 그리고 그 행복이 독자들에게도 닿았기를 기도한다.


  그렇다고 기사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지향한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 구성원들끼리의 건전한 토론의 장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대학 언론은 그 사이에서 정보를 조달하며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에 이바지하는 것이 하나의 덕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분별한 언쟁은 오히려 건설적인 담론을 방해하는 요소이기에, 학생과 교내구성원의 갈등을 중재하여 둘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또 다른 언론의 역할이다. 결국 재미와 진중함,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지난 한 학기 동안 상명대학교 학보사의 숙제였다.


  앞으로의 학보사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고 대학도 그것에 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도 틀림없는 말이다. 학보사가 밟아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소회에도 많은 관심을 주길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나의 기자 생활을 마감한다.



김상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