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호 오래된 기억
정기자 송지민 202110353@sangmyung.kr
안녕하세요, 지민이에요. 아직 어린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정말 너무나도 재미없고 덧없으며 저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마치 심연에라도 갇힌 듯,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계속해서 들어가는 느낌이요. 그럴 땐 다시 헤엄쳐 올라가고 싶지도, 어떠한 노력도 하기가 싫어요. 싫다기보다는 귀찮달까. 누가 나를 끌어 올려 주기를 원하지도 않아요. 그냥 계속해서 가라앉다 보면 끝이 있겠지, 바닥이 닿아 멈추겠지 생각하면서요.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멍해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그럼 나는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싫어하게 되고, 무력감에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죠. 그런데 나는 계속 살아가잖아요. 대체 무엇이 나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끌어올리는지 생각해 봤어요.
최근은 아니고 작년 칠월이 지나갈 즈음 그랬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무기력과 함께 지낼 때요. 그때는 내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는지 기억이 나요. 어느 날 이른 저녁에 엄마가 나와 내 동생이 어렸을 적 찍었던 사진을 문자로 보내주었어요. 우리 딸들 예쁘네.ㅎㅎ 하고요. 처음에는 뜬금없는 엄마의 문자에 잠깐 웃음이 났어요. 엄마가 보내준 사진은 예쁘기는커녕 개구져 보이기만 한 어린 여자애 둘이었거든요. 엄마는 왜 이런 사진을 예쁘다고 한 건지 웃기기도 하고 마침 할 것도 없어서 동생이랑 같이 옛날 사진들을 찾아봤어요. 아니, 언니만 범퍼카 운전 시켜주고 나는 안 시켜줘서 울고 있잖아. 억울해!!! 근데 너 유모차 안전바는 왜 물어뜯고 있냐? ㅋㅋㅋ. 와, 우리 팔 새까맣게 탄 거 봐. 무슨 아프리카라도 다녀왔나? 언니, 나 왜 넘어졌는데 안 일으켜주고 사진 찍는다고 예쁜 척해? 동생이 넘어졌으면 먼저 일으켜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사진을 봤어요.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커피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언제나처럼 서로의 근황으로 시작하여 그땐 그랬지 하는 이야기들로 이어지는 그런 대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얼굴도장을 찍던 학교 앞 즉석 떡볶이집부터 시작했어요. 야, 기억나지. 거기는 볶음밥이 진짜 짱이었는데. 여름에는 무조건 볶음밥에 후식으로 커피빙수임. 아, 또 먹고 싶다. 우리 졸업 뮤지컬 기억나냐? 다인아 다시 춰 봐. 왜 이러니~ 왜 이러니~ 내 맘 다다다 알잖니~ㅋㅋㅋ. 야... 그만해라... 근데 우리는 어떻게 한 번을 같은 반 안 해주시냐. 선택과목도 다 맞추고 했는데. 아 그거 기억난다. 쉬는 시간마다 매점 앞에서 정모 했던 거ㅋㅋㅋ. 내일도 치즈 그거 아직도 파나... 공구할 사람?
별거 아닌 것 같던 기억들이 별거였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추억들이 대수로웠더라고요.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잠시 흐려졌을 뿐이지, 다시 꺼내보면 맑은 기억들로 저는 매번 괜찮아지고 있었어요. 어디선가 보았던 글인데, 어떤 이는 직장에 다니면서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몇 년 전 유럽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대요. 언젠간 다시 가리라 다짐하면서요. 어쩌면 모든 이들이 그런 소중한 기억들 몇 개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래된 기억들이 잊히지 않도록 자주 꺼내어주겠어요. 그리고 그런 기억을 만들기 위해 지금을 행복하게 남기어 오래 간직해야겠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저와 같다면 나만의 헤엄을 찾길 바라며, 더 좋은 글로 찾아올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