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호 실시간 검색어가 뭐길래?
정기자 김나현 202210152@sangmyung.kr
‘실시간 검색어’, 폐지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포털사이트 1, 2위를 다투던 네이버(NAVER)와 다음(Daum)의 메인 화면에는 실시간의 이슈나 속보를 포털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 기능이 있었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이 기능을 통해 연예인의 음원 발매 소식을 접하기도 하고, 타 지역의 재난 상황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그 시간에 가장 뜨거운 이슈를 어떤 기능보다도 빠르게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애용했다는 기록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다음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순차적인 폐지를 결정했다. 2020년 2월 카카오의 발표를 시작으로, 2021년 2월에는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기능까지 말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이후, 크고 작은 유사 서비스가 등장했다 사라졌다.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애용하던 사람들도 초반에는 유사한 서비스를 찾다가 점점 자연스레 ‘실시간 검색어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네이버의 새로운 서비스 ‘트렌드 토픽’이 시범 출시된 것.
‘트렌드 토픽’의 출시와 폐지
‘트렌드 토픽’이란, 네이버 전체 사용자들이 좋아한 주제와 문서를 바탕으로 트렌드 토픽을 추천해 주는 네이버의 새로운 서비스로서, 시범적으로 출시됐다.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을 공개하며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형 콘텐츠 추천 관련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라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트렌드 토픽 기능을 두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네이버의 서비스가 논란의 중심이 된 이유, ‘2021년 폐지된 실시간 검색어의 기능과의 유사성’ 때문이었다.
서비스 공개 이후 지난해 8월, ‘트렌드 토픽’을 정식으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서비스가 과거 존재했던 ‘실시간 검색어’의 대체재 혹은 부활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에 휩싸였다. 이에 네이버 측은 트렌드 토픽 서비스의 종료와 함께 유사한 서비스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필자는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되던 시기의 상황과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기해보았다.
2021년[ik5] ,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했던 실시간 검색어가 왜 사라지게 됐을까?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어째서’?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 폐지 이유를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혁명의 영향으로 어디든지 정보가 파다한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도 실시간 검색어 기능에 기대어 제공하는 정보만 받아보고 있다는 것이 세계 트렌드 변화와 맞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네이버의 표면적인 입장은 그러했으나, 실시간 검색어가 부추겼던 사회적 피해들을 부정할 수 있을까? 대중의 능동적인 정보 접근을 유도하게 된 이유에는 추가적인 사유가 있다고 추측된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는 사람들의 검색 빈도 순으로 오르게 된다. 포털 메인 화면에 뜰 만큼 검색어의 순위가 오르면 자연스레 해당 키워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실시간 검색어는 자연재해, 범죄 등의 위급한 사안을 대중에게 알리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했지만, 화두에 오르는 대상이 ‘사람’이 된다면? 이목 집중의 대상이 특정 인물로 바뀌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인물은 불필요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한창 중요했던 그때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정치인 혹은 유명인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중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게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대중은 한두 마디씩 거들었으니, 실시간 검색어 기능은 거대한 사이버 불링의 통로를 만들어준 셈이었다. 2019년 10월,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유명 연예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기어코 당시 사회의 현주소를 실감하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시간 검색어는 여론조작에 취약하다는 위험도 가지고 있었다. 포털 이용자들의 검색량 증가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원리를 정치적·상업적 집단에서 악용하며 발생한 선동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지지자의 ‘조국 힘내세요’와 반대측의 ‘조국 사퇴하세요’가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던 사건처럼, 여론 조작은 특히 정치권에서 크게 불거졌고 실시간 검색어의 신뢰도가 중요해지는 동시에 위태로워졌다. 네이버는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대형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타 플랫폼 보다 훨씬 실시간 검색어의 파급력 컸기에 더욱 문제가 되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없었다는 것 역시 문제였다. 실시간 검색어의 역기능 정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규제 방안을 선 긋듯이 나눌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구체적인 규제방법이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창 실시간 검색어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쟁이 확대됐던 2019년에는, 포털 기업들의 투명한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것이 현 상황에 가장 유효한 대응방식이 될 것이라는 심우민 입법학센터장(경인교대 교수)의 설명이 있기도 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공적 성격을 부여하기 힘든 개개인의 의사표현 영역에 더 가까우므로 입법규제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없어진 이유와 효과가 실재와 부합했는가?
상기 이유들로 나타난 사회적 파장의 결과, 실시간 검색어는 폐지 수순으로 이어졌다.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가 불러오는 문제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렇게 없어진 것이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되고 한달이 지났을 때는, “사회 이슈 모르겠다”는 대중의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었다. 전처럼 가장 이슈가 되는 정보를 습득하기도 어렵고, 사회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ik14] 키워드도 알기 힘들어졌으며, 각종 사건을 알리는 기능의 서비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된 현재에는 이용자들이 직접 선택해 보는 구독 형식으로, 또는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로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인의 편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위험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 폐지가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살폈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악용, 연예인을 이용한 이슈몰이 등의 문제가 줄어들며 인터넷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줄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대중은 실시간 검색어의 변화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실시간 검색어의 폐지가 온전한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실시간 검색어를 받아들이는 최고의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차선책인 폐지를 결정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묘사한 실시간 검색어는 – 드라마가 전달하는 사회적 메시지와 나의 견해
주제를 정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혹여나 이 글이 특정 관점에 편향되어 보일까 싶어 이곳저곳의 자료들을 참고하던 중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줄거리가 이번 기사의 주제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클립 몇 개를 찾아보곤 했다. 드라마에서는 포털 사이트의 의도적인 실시간 검색어 조작, 장악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연예인, 무분별한 찌라시 유포, 조작을 위한 정경유착 등 대형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될 수밖에 없었던 크고 작은 이유들을 다뤘다.
드라마 클립 영상을 몇 개 보면서 배워가는 게 꽤 있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과거의 사생활이 밝혀져 원치 않는 실시간 검색어 장악으로 화제의 중심이 된 연예인을 다룬 부분이었다. 실시간 검색어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고 하지만, 드라마 속 인물을 통해 해당 상황을 바라보니 그다지 옳은 말 같진 않았다.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던 개인의 사생활이, ‘실시간 검색어’의 전파력으로 전 국민에게 퍼졌을 때, ‘대중의 알 권리’와 ‘당사자의 잊힐 권리[ik15] ’ 중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릿속에서 모호한 우선순위를 따지다가 그만 두고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알 권리’와 ‘잊힐 권리’ 사이의 적절한 균형에 대한 호기심도 가져봤다. 실제로 그 균형이 정말 지켜질 수 있는 지도 궁금했지만, 아무튼 그 사이 실시간 검색어의 존재가 비난의 화살을 조준하는 역할이 되었음은 확신한다.
이야기가 조금 멀리 간 거 같아 서둘러 마무리를 지어보자면, 실시간 검색어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아주 쉽고 빠른 서비스라는 점에서 다수에게 도움이 되었으나, 실시간 검색어의 순기능이 주는 장점 그 이상으로 사회에 주는 파장과 위해가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어떤 것이 다수에게 이익을 불러온다고 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며, 이 같은 이유로 실시간 검색어 존재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다.
학기를 마치고 숨 돌릴 틈이 생기면 해당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부분부분 클립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보고 다시 ‘실시간 검색어 폐지’를 돌아본다면 생각하는 게 달라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참고자료]
1. 파이낸셜뉴스, 윤홍집 기자, 실시간 검색어 폐지 한달…"없으니까 불편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https://www.fnnews.com/news/202103301259579126
2. 아주경제, 정명섭 기자, “네이버·다음 포털 실시간 검색어, 입법규제보다 자율규제가 현실적”,
https://www.ajunews.com/view/2019102515052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