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호 대리만족, 현대인이 만족감을 느끼는 방법
정기자 장아현 ahyeon_1230@naver.com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에서 더 나아가 영상, 책, 사진 등의 창작물로부터도 많은 감정을 느낀다. 이것은 타인이 자신의 내적 욕구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바라볼 때에, 그들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투영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만족감을 얻어낸다. 바로 이것을 “대리만족”이라고 한다. 여기서 대리만족이란 타인의 성공으로부터, 또는 원래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부터 얻는 만족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만족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만족하기 위해 행동하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기 위해서는 만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나’의 환경에 만족하기 위해 스스로의 내적 욕구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만족의 감정을 타인의 성취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지 않은가?
올해 우리를 가슴 졸이고 손뼉 치게 하며 열광시킨 것이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메달 순위 16위로 막을 내린 제32회 도쿄 올림픽이다. 사람들은 국가대표 선수가 자신의 종목에서 승리하였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그들을 응원하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답답해하고 가슴을 졸이고, 또 즐거워한다. 이러한 올림픽 과정 안에도 현대인들의 대리만족 심리가 깊숙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과 투혼을 바라보고 있자면 큰 짜릿함이 느껴진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왔으며, 갖가지의 상황 속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환호와 찬사를 보내는 것으로 화답하였다.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행보는 팬데믹 시대 속 지친 국민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대리만족의 심리가 반영되어 사람들은 그들에게 공감하며 함께 즐겼기 때문이다.
대리만족의 시대
대리만족을 통한 사회현상은 본질은 같지만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자녀를 통한 부모의 목표 실현 욕구가 그의 예이다. 가까운 타인에게 자신의 목표 성취를 대입하려는 심리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것은 원래 목적과 다른 목적 성취에서 얻을 수 있는 대리만족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의 욕구 만족을 위해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목표 성취를 강요하는 순간, 자녀와 부모 그 누구도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욕구를 지닌 주체와 이를 실현 하고자 하는 주체 간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과한 교육열 역시 부모의 내적 욕구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내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대리만족의 양상이다.
대리만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는 “유튜브”가 아닐까 싶다. 유튜브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 실현의 공간이 되어준다. 유튜브 시장이 확대되며 기존에 없던 다양한 콘텐츠들이 자리 잡았다. 자신의 여행 영상을 담아내는 사람, 반려동물 영상만을 올리는 사람, 일어날 때부터 잠들기 전까지 일상을 보여주는 사람, 새로 구매한 명품의 포장을 뜯는 걸 보여주는 사람,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촬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사하는 모습만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있다. 여행, 반려동물, 타인의 일상 등이 담긴 영상을 보면 우리는 대리만족의 의미 그대로, 대신해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다양한 영상 중에서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일명 ‘먹방’은 유튜브 시장이 활성화 띄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이유에서 대리만족의 개념을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에 따르면 먹방 시청자 1,868명을 대상으로 시청 이유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가 39.7%, 보는 것만으로도 호강하는 느낌이 들어서가 25.7%,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서가 14%의 응답을 기록하였다. 그 외에도 외로움 해소와 재미 등의 응답이 존재하였다.
먹방을 통하여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식욕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따라서 다른 부가적인 것들은 모두 제치고, 오로지 먹는 행위를 보는 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오직 먹는 장면만 올려달라는 요청 댓글이 먹방 영상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것은 음식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 반영된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온 대리만족의 형태도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음식에 대한 욕구에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먹방을 통해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대리만족, 어디까지 누려야 할까?
뇌 속의 거울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가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만든다. 다른 이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과 동일하게 반응하는 뉴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신경심리학자인 리촐라티 교수가 발견한 이 거울뉴런이 바로 우리가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대리만족은 인간에게 이롭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약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며, 인간이 지닌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매체를 통해 일상 속에서 큰 부담 없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리만족은 바쁜 일상 내의 휴식이며 행복이 되어준다.
하지만 이쯤에서 드는 의문점이 있다. 과연 대리만족으로 뒤덮인 일상이 마냥 좋은 것인가. 대리만족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대리만족을 어디까지 누리는 것이 적절할지 고민을 해봐야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602명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8%의 응답자가 대리만족형 콘텐츠로 여가를 보낸다고 응답하였다. 이렇게 대리만족형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약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삶의 활력소 면에서는 직접 체험이 훨씬 유의미하다. 간접체험은 현장감 있는 경험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어찌 보면 대리만족은 가상과 현실 사이쯤 위치한 이상으로부터 구현된 만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접체험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감각 둔감화’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중 대리만족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대리만족으로 인한 현실의 잠식이다. 대리만족에 익숙해져 나의 목표를 돌보지 않고, 그의 성취에 힘쓰지 않는 것은 현실을 뒤로 하는 것이다. 현재 흐르고 있는 시간은 현실이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